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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현 원장 세종우리성모안과 |
저는 표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표현된다는 눈의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이기도 하지만 다른 과의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환자분들이 진료실에 들어올 때 환자분의 표정에서 증상의 유무와 환자의 고통을 읽게 된다. 특히 고통스런 증상에 시달리면서도 불편함을 참고 지내시는 분들에게는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게 된다.
‘그분’은 해결할 수 없는 불편함을 어쩔 수 없이 잘 참고 지내는 분이였다. 그분은 수 개월전 급성녹내장으로 대학병원까지 가서 수술로 간신히 해결했다.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편함으로 눈을 크게 뜨기 어려워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거의 포기하신 상태로) “불편함이 조금만 덜어지면 참고 그냥 지낼 수 있겠다”고 하시며 지치신 모습을 보였다.
급성녹내장수술도 서울의 대형의료원에서 받았고 눈을 못뜨는 증상으로 그곳 외에 다른 병원에서 유명한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좋아지지 않았다.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해보니 수술도 힘들게 받으신 상태였고 눈을 뜨지 못하는 게 심상치 않은 모양이였다. 그날은 그간의 고충과 현재의 불편함을 오랜시간 들어드리고 약 처방을 해드린 것으로 진료를 끝냈다.
의료진들의 치료후에도 증상 개선이 없는데다 ‘수술후 부작용이라면 해결하기 어렵겠구나’ 생각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 후 2-3개월에 한번씩 진료실 방문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약을 써봐도 증상이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 지쳐갈 무렵에 반전이 생겼다.
어느날 “여러 치료를 받았어도 좋아지지 않아서 나 조차도 좋아지기 힘들다는 선입견에 눈 자체에 불편할 수 있는 원인을 한번도 찾아보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즉시 진료실에서 불편할 수 있는 원인을 찾기 위해 윗 눈꺼풀을 뒤집어보니 오래되어서 염증까지 생긴 큰 결막결석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을 발견해서 제거를 했다. 그리곤 드라마 같이 눈을 번쩍뜨시곤 말씀하시길 “실로 1년만에 제대로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하셨다.
같이 기뻐하면서 경과를 보자며 댁으로 돌려보낸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환자분의 입장에서는 너무 기쁜 일이지만 의사의 입장에서는 마냥 기뻐하기도 어려운 문제였다. 일반적으로 큰수술을 받게 되면 통증이 생길 수 있는데 환자의 통증이 원래 생길 수 있는것으로만 치부해버리면 환자가 보내는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전달이 안되어 치료의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많은 의사가 진료를 했지만 고생의 흔적이 보이는 눈 상태와 환자의 과거력에만 집착을 하게되어 만들어진 선입관으로 쉬운 문제를 찾지못한 것이니 그동안 고생을 하신 환자는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안과의사라면 누구나 뒤집어 볼 수 있은 얇은 눈꺼풀 안에 진실이 있었지만 찾아내지 못한 것이다.
이분을 진료하면서 나도 많은 환자를 진료실에서 만나지만 선입견으로 혹시 놓치고 있는 문제가 있질 않나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됐다. 어찌보면 나는 오랫동안 고생한 환자의 불편함을 없애준 최고의 의사가 되었지만 나에게도 그 분은 의사로서 겸손함을 다시금 되새기게 해준 계기를 주신 고마운 분이기도 하다.